본론부터 말하자면 내 취향 아니다. 불호에 가깝다. 처음 밀었을 때는 극대노해서 잠깐 접을까 싶었고 두 번째 밀면서는… 한숨이 많이 나왔다…
일단 말하자면 나는 전범국이 이런 소재(=전범 관련 소재)를 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음. 단지 보는 사람 입장에서 조금 더 엄격하고 비판적으로 보게 되는 건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당연함… 특히 피지배국 입장이라면 감정이 앞서는 건 당연한 거 아님 특히 일본 같은 경우엔 더더욱). 처음 밀었을 때 내가 갈레말 파트에서 느꼈던 건 정말 이를 데 없는 불쾌감이었고… 그걸 내내 가져오다가 2회차 찍으면서 조금 더 세부적으로 낱낱이 파헤쳐보려고 노력했다.
일단 결론: 내게는 여전히 설득력이 부족하다. 그래도 아예 없다고 느꼈던 일회차 때보다는 많이 나아진 거라고 생각함.
나는 그러니까… 갈레말드 파트 내내 은연 중에 깔린… 갈레말이라는 대상을 향한 지나치게 맹목적이고 무조건적인 연민의 시선이 굉장히 불쾌했음. 갈레말인들이 자존심 세우는 거? 그것도 불쾌하지 당연히. 그런데 이건 내가 그들에게서 어느… 전범을 저질러 놓고 사과도 안 하고 뻔뻔하게 구는 파판14를 제작한 나라를 떠올려서 그런 거지…(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에는 이런 종류의 전범이 아예 없다는 게 아닙니다) 상황 자체만 놓고 본다면 이해 가능하다. 갈레말인들은 나라에 대한 긍지가 굉장히 높은 사람들인데, 그런 나라가 한순간에 망했고, 내전이 벌어졌고, 그런데 외적이 갑자기 나타나서 도움을 주겠다고 하면 당연히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함. 날을 세우는 건 자기방어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는 거다.
그런데 내가 강한 불쾌감을 느끼는 지점은 바로 그 다음이다. 예시를 들자면, 그 자매가 도망치는 스토리에서.
1) 자매가 알피노&알리제&빛전 일행에게 거짓말을 하고 도망침 > 그럴 수 있음. 나라 망한 상황에서 구원의 손길이라면서 한때 우리와 대립했던 존재가 손을 내밀면 경계하는 게 당연함.
2) 알피노&알리제&빛전 일행이 자신들의 안일함을 깨달음 > 그럴 수 있음. 상황 다 떼어놓고 안일하다 vs 안일하지 않다로 두고 본다면 안일한 게 맞았음.
3) 그런데 도망친 자매가 짐승에게 습격 당해 죽은 와중에 알피노의 "우리도 괴물이었던 거다" 발언&알리제의 "우리에게 (추모할) 자격이 있을까?" 발언 > 그럴 수 없음!!!!!!!!! 그럴 수 없다고.
이해할 수가 없는 거다… 잘 봐줘서 알피노가 "자매에겐 우리도 괴물이었던 거다" 발언까지는 이해해볼 수 있음. 마찬가지로 나라 망한 상황에서 저런 손길 오면 경계하고 두려워하게 되니까. 그런데 알리제의 "우리에게 자격이 있을까?" 라는 질문이 너무 어이가 없는 거다. 너희가 자매를 죽였니? 이게 추모할 자격을 운운하고 말고의 일인지 나는 정말 모르겠는 거다… 안타깝지. 씁쓸하고. 사람의 목숨이기에 한 순간의 실수 이런 말은 지나치게 가벼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떻게 "자격이 있을까?"라고 말하면서, "우리도 사실 저들에게 괴물이었을지 모른다"라면서, 자신들을 침략하고 식민 지배하려 들었던(그리고 실제로 동료 - 리세 - 의 고향을 식민 지배했던) 제국군과 자신들을 동일시하는 태도를 보일 수가 있는지?? 정말 이해가 안 되는 것이다… 민간인은 어느 쪽이든 보호받아야 한다는 걸 안다. 이건 그 문제가 아니다. 알피노와 알리제가 저런 말을 함으로써 제국군을 향한 온정적인 태도를 내비쳤고, 그건 곧 제국군 미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게 문제다. 그 순간에 알피노랑 알리제는 식민 지배 당한 게 우리라는 사실을 잠깐 까먹은 것처럼 군다.
에피소드 자체가 통째로 전쟁 미화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그 부대장? 군대장? 누군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그 할배가 마지막에 자결하면서 남긴 말이 "우리는 망령이었나 봅니다."였으니까. 하고자 하는 말은 이해가 간다. 전쟁은 나쁘다는 거잖아. 대화하고 화합함으로써 나아가야 한다는 거잖아. 결론 좋다. 아주 이상적이다(파판14가 항상 그랬듯이). 그런데 중간 과정이 정말 불미스러울 정도로 불만족스럽다. 이상적이었다가 현실적이었다가 이상적이었다가 현실적이었다가 왔다 갔다 하니까 갈피도 못 잡겠다. 이게 가장 심하게 느껴진 게 알피노&알리제의 목줄 파트였다.
그러니까 나는 정말 이해하지 못하겠는 거다… 원군을 위해서 왔다지만 본인들 대표자가 무슨 개처럼 목에 폭탄 매고 인질 잡히도록 놔두는 게 맞나? 이건 거의 외교 대참사 수준 아닌가? 진짜 무리수도 이런 무리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상이 좋은 건 어디까지나 그 과정이 현실적이고 납득이 가는 와중 다다른 결론이기에 좋은 것이다. 그런데 솔직히 "전쟁은 나쁘므로 우리는 모두 대화하고 화합해야 한다"는 이상적인 결론에 다다르기까지 설득력이 지나치게 부족하고 무리수가 많았다. 나는 아직도 내가 어째서 한 대륙을 대표하고 왔는데 그런 위협을 수긍해야 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 우리가 원군으로 왔기 때문에? 상대방을 겁줘서는 안 되니까? 이건 진짜 아직도 모르겠다… 그리고 솔직한 마음: 이렇게까지 거부하는데 왜 도와줘야 하는지…라는 심보가 아예 들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이게 옳다는 건 아님).
게다가 에오르제아 협력군도 태도가 참 이상하다. 신창홍칠 내내 대립했던 제국인데 진짜 무슨 보살님인 줄 알았다. 그렇게 너그러울 수가 없다. 나는 차라리 (지인의 말을 빌리자면) 상대를 혐오하고 두려워하고 미워하지만 사람이기에 그들을 외면할 수 없다는 묘사 정도는 들어가줬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니까 이 묘사가 제국군 입장만이 아니라 에오르제아 협력군 입장에서도 들어갔어야 한다고 본다고… 보다 보면 에오르제아 협력군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 수준이다. 협력군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 < 정도로 눙치고 넘어갈 정도밖에 되지 않는 원한/갈등이었다면 빛의 전사는 신창홍칠 내내 왜 제국군과의 싸움에서 족뱅이를 쳤나?
객관적으로 보면 이해된다 객관적으로… 그런데 빛의 전사가 객관적인 인물이냐? 아니잖아ㅆㅂ… 제아무리 새벽의 혈맹이 중립 단체라고 하더라도 빛전은 새벽의 대표격 인물로 신창홍칠이라는 확장팩 내내 제국과 대립해왔다. 그런데 효월에 와서 제국 망했다고 바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선에서 캐릭터를 볼 수 있을 것 같아? 이걸 플레이하는 사람이? 아니잖아… 적어도 나는 아니다… 볼 수 있는 님이 있다면 축하드립니다 저는 못 보겠습니다.
이상적인 결론으로 향하는 장치가 지나치게 부실하고, 등장인물들의 입으로 발화한 옳지 못한 발언들을 직접적으로 고쳐주는 연출/발언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부족하다는 건 결국 그 그른 발언들에 힘을 실어주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끄려는데 루키아의 발언이 가관이었다. "투항했으니 저들(=제국군)을 민간인과 똑같이 대우하겠다." 야 니 그게 말이냐 방구냐… 아 뒷목 ㅈㄴ 땡겨 민간인이랑 군인이 같아? 아니 그래 제국의 경우 식민 지배하던 땅에서 징집이 있었다는 묘사가 흘러넘쳤으니 실제로 제국군 중에서는 징집병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걔들 솎아내고서 실제로 직업 군인 같은 애들 구분해서 알맞는 처분을 내리는 그런 묘사 있었어? 없었잖아 없었는데 대뜸 투항했으니까 너네 민간인! 이런 말하면서 아련몽롱 시동 걸면 화딱지가 ㅈㄴ 나는 거죠 직업이니까 죄가 없고 투항했으니 죄가 없고 부하였으니 죄가 없으면 나치는 버튼만 누른 군인을 왜 처벌했습니까
이 에피소드에서 유일하게 마음에 드는 건 군대장인지 뭔지의 할배가 자결하며 했던 "우리는 망령인가 봅니다." 발언밖에 없다. 그래요 할배 할배는 망령입니다 조속히 떠나세요… 그런데 솔직히 자결은 너무 회피충 같은 방식이라고 생각하기는 합니다만 뭐 어쩌겠음 나카요쿠하느라 자결 안 했으면 따로 처벌 받지도 않고 투항했으니 민간인^^! 으로 흡수됐겠지 하 루키아야 나 진짜 미치겠다
효월은 다 좋은데(아니 사실 다 좋지는…) 이런 점이 나를 너무 힘들게 한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했는데 억하심정 들어가서 안 되겠음 그냥 저는 별로 안 좋아하고 납득 안 되는 쪽으로 마음을 굳힐게요…
요약
민간인을 구하지 말자 X
제국한테 도움 왜 주냐 X
파시즘을 묘사하려는 시도는 좋았으나 결과물이 썩 좋지 못했다 O
부족한 설득력과 기저에 깔린 온정과 연민이 소재를 제대로 다루지 못한 것과 맞물려서 나를 불쾌하게 했다 O
(+) 첨언

그들에게 가해자성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이게 강요가... 되나요? 저지른 짓이 있는데?) 본인들의 죄를 직시하는 최소한의 묘사조차 유의미하게 와닿았다고 느껴지지 않아서 가장 분노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상.
이상 아님. 보다 보니까 자꾸 말을 추가하게 되네.
피해자가 가해자를 이해할 수 있다. 당연함. 그들도 사람임. 그들을 용서하고 이해할 수 있음. 그런데 가해자는 가해자 본인을 용서해도 되나?
Q. 제국민 모두가 가해자라고 주장하나요? A. 아니요. 그런데 본인들의 찬란하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묘사가 들어간 이상, 본인들의 그 "찬란한 시절"이 식민 지배당하던 사람들의 고혈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직시하고 인정하며 그 상대들에게 미안해 하는 묘사 정도는 들어가야 한다고 봄.
그리고 또 다른 문제. 신창홍칠 내내 제국군들에 의해 고통받는 사람들을 수도 없이 보여줬음. 그런데 효월에서 얘네 패망했으니까 너네가 다 이해하고~ 응응 알피노랑 알리제가 대표격으로 와서 얘네도 이제 불쌍하니까ㅠㅠ 용서하자! 왜 용서 안 해? 왜 도움 안 줘? 와 용서도 안하고 도움도 안 주다니 ㄷㄷ 너희 제국군이랑 똑같은 거 아니야? < 이런 스탠스로 나오니까 진심 그뭔씹 개자식아 뭔 개소리를 하는 거야 상태가 되는 것…
그러니까: 에오르제아 군대가 원조하러 온 것 - 그에 따라 제국민들이 경계하여 사고가 일어남 / 제국군이 식민 지배 시도함 - 거기에 에오르제아가 반발하여 전쟁 일어남 < 이 두 개는 별개의 문제인데 이 별개의 문제를 자꾸만 하나로 엮으려고 한다. 엮일 수 없고 엮여서도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자꾸. 계속. 영원히 시도함. 그래서 이게 어떻게 되느냐: 에오르제아 군대가 원조하러 와서 (원인) 제국민들이 경계하고 두려워 했으니 (중간 과정) 우리도 제국군과 별다르지 않은 괴물이다 (결론???) 이 되어버리는 것.
우리가 당한 걸 고스란히 돌려주자는 이야기가 아님… 쟤들은 왜 패망한 주제에 콧대 높게 우리한테 이래라저래라거리냐 싸가지없다 이런 얘기도 아님… 피해자로서 요구할 수 있는 가장 최저선(=사과, 혹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조차도 요구하지 않고 가해자 전범국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으려고 하고, 그 과정에서 플레이어에게 "쟤네 이렇게 안쓰러우니까 용서해. 그러지 않으면 너도 가해자랑 똑같아."라고 세뇌하듯이 연출하는 게 정말 불쾌한 거임. 전에도 말했지만 저들의 콧대 높은 태도는 방어 기제라고 이해할 수 있음. 그렇지만 이 스토리에서 말하고자 하는 "전쟁은 나쁘고 우리는 화합해야 한다"라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하기 위해서, 전쟁과 범죄라는 무거운 소재를 선택한 데에 있어서, 최소한의 책임(=사죄하거나 후회하는 스토리)조차 지지 않는다는 게 정말 큰 문제점이라고 봄. 화합 이전에 화해가 있어야 하는데, 갈레말이 내전으로 인해 패망했다는 것을 방패 삼아 가장 중요한 화해와 올바른 죗값을 치르기를 그대로 건너뛴 느낌. 이러면 전하려는 메시지는 공허해지는 거다.
따지고 보면 갈레말이 패망한 건 에오르제아에 죗값을 치르기 위해서가 아니다. 제노스가 지 아빠한테 패륜 저지르고 그대로 ㅌㅌ한 것 때문이지. 군단장 할배가 했던 말도 일리가 있다. "에오르제아의 개입을 허락한다면 그들은 이 나라가 이 원조를 이유 삼아 재건된 후 갈레말에게 부당한 요구를 할 것이다." & "국가는 온정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선 백성들을 먹여 살릴 수 없으니까." 맞는 말이다. 다 맞는 말이야. 그런데 이런 맞는 말을 언급한 캐릭터: 나중에 총으로 자결함. 뭔가 이상하지 않음? 정치적으로 맞는 말을 했다면 저 맞는 말을 기점으로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지, 어떻게 현실과 이상이 맞닿을 수 있는지를 보여줘야 하지 않음? 그런데 그냥 죽인다. 나는 망령인가 보오… 하면서. 이건 지나치게 책임감 없지 않아? 캐릭터의 입으로 수면 위에 끌어올린 문제가 있다면 그걸 책임지고 마무리 지어야 잘 쓴 스토리 아닌가? 해결하지 못할 것 같으니 그냥 죽여버린 것 같다는 감상이 스멀스멀 든다.
그리고 올바른 죗값 치르기 - 갈레말 재건 후 원조를 핑계 삼아 내정 걔입하기 이것 또한 동치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님… 별개의 문제임… 만일 후자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그건 새로운 안건으로 새롭게 그 나라를 처벌하면 될 일임… 그런데 왜 교묘하게 이 두 개가 동일한 것처럼 끌고 가는지 모르겠다. 걍 진짜 동일 선상에 올릴 수 없는 문제들을 동일 선상에 올려두고서 교묘하고 말도 안 되게 뒤섞으니까 보는 사람 화딱지 나는 이야기가 완성되는 수밖에…
열받아서 플롯 없이 6천 자나 썼다는 게 웃기다… 그런데 뭐 예 그랬습니다 내가 완전히 맞다는 것도 아니고 사실 이렇게 말해도 완전히 생각을 확립했다고도 볼 수 없는 것 같음… 에휴… 그렇습니다… 정치물 개못써 진짜